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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자녀 계층 상승 기대”, 청소년 “꿈도 안 꿔”

동그라미 재단 2016.06.15

오마이뉴스 2016-06-15/

부모는 “자녀 계층 상승 기대”, 청소년 “꿈도 안 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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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세대는 자녀가 보다 높은 계층에 속할 거라는 기대가 큰 반면, 정작 청소년들은 현재 계층 상승 기대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금수저-흙수저 담론’이 청소년층에 자리 잡은 결과다.

비영리 공익법인 동그라미재단(이사장 성광제)은 15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회불평등 2016: 생애 주기별 경험과 인식 조사’ 연구 발표회를 열었다. 동그라미재단의 기회불평등 연구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올해는 청소년(만 17~19세), 청년(20~39세), 중장년(40~59세), 노년(60~74세) 등 각 세대별 기회불평등 인식을 조사했다.

“개인 노력보다 사회경제적 배경 중요” 73.8%… 기회불평등 인식 ‘악화’

한국리서치와 함께 전국 35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꼴로 “우리 사회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평하지 않다’는 응답인 62.1%인 반면, ‘공평하다’는 응답은 7.3%에 그쳤다. ‘공평하지 않다’는 응답이 지난해보다 0.5%p 줄었지만 ‘공평하다’는 응답도 2.5%p나 감소했다. 대체로 젊은층, 저학력층, 비정규직일수록 불평등 응답 비율이 높았다.

또 “한국 사회는 집안 등 사회경제적 배경이 개인의 노력보다 성공에 더 중요하다”는 응답도 73.8%로, 지난해(65.7%)보다 8%p 가량 늘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9.6%로, 지난해(15.1%)보다 줄었다.

그럼에도 자녀의 계층 상승 기대감은 높았다. 현재의 자신의 계층은 최하층(1)부터 최상층(10) 사이에서 평균 4.6 정도로 본 반면, 자녀의 예상 계층은 평균 5.8로 1.2단계 정도 더 높아질 거라고 본 것이다. 고학력(전문대졸 이상), 고소득층일수록 자신과 자녀의 계층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자녀의 예상 계층 상승 폭은 오히려 저소득층일수록 높았다.(가구소득 201만~300만 원 이하 1.6↑, 700만 원 이상 0.6↑)

정작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은 계층 상승에 기대감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균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연구팀이 만 17~19세 청소년들의 불평등 의식을 조사한 결과, 자신의 15세 기준 계층을 4.95 정도로 전체 세대보다 높게 본 반면, 자녀의 예상 계층은 5.87로 0.92단계 상승에 그쳤다.

청소년 세대, 계층 상승 기대치 낮아 “현재 계층 재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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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스로 하류층과 상류층으로 자신을 규정한 고등학생들이 예상하는 자녀 계층 상승폭이 각각 1.21과 1.19로 전체 세대와 달리 큰 차이가 없었다. 하류층 고등학생은 자신의 자녀도 여전히 하류층에 머물고, 상류층은 자녀가 더 높은 계층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셈이다.

이성균 교수는 “고등학생들이 기대하는 세대간 이동은 계층의 장벽을 뛰어넘는 상승 이동보다는 현재의 소득과 직업을 기초로 한 계층적 재생산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현재와 같이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나 지역적 여건에 따라 교육 기회가 불평등하게 제공된다면 교육이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며 공교육 강화를 주문했다.

실제 사교육비 지출만 봐도 지역과 계층에 따라 큰 격차를 보였다. 서울과 영남권, 인천경기 지역의 사교육 경험 비율은 각각 77.9%, 68.7%, 61.9%로 높게 나타난 반면, 나머지 기타 지역은 평균 50% 수준에 그쳤다. 월평균 사교육비 100만 원 이상이라는 응답도 서울은 24%에 이르는 반면, 호남과 강원권은 3%대에 그쳤다

정규직-비정규직 엇갈린 청년 세대… 노년은 계층 상승 경험이 삶의 만족도 좌우

청년 세대(만 19세~39세)에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가 컸다. 김영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연구팀이 연애와 결혼, 자녀에 대한 태도를 조사한 결과, 비정규직 남성은 정규직에 비해 두 배 이상 부정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트 경험이 없는 비정규직 남성이 10%로, 정규직 4%보다 2배 이상 많았고, 결혼 의사와 출산 의사가 없다는 응답도 비정규직 남성이 각각 14%와 10%로 정규직(8%, 5%)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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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40~59세 중장년 세대도 미래 세대 계층 이동이 과거 세대에 비해선 더 어려워진 걸로 전망하고 있었다. 특히 하층의 자녀가 하층에 머무를 가능성이 상층 자녀가 하층이 될 가능성보다 11배나 높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층에서 계층을 유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졌을 뿐 아니라 하층과 중층, 중층과 상층의 격차도 커져 계층 간 벽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이것은 단적으로 요즘 등장한 ‘금수저-흙수저’ 담론을 경험적으로 뒷받침하는 결과”라고 밝혔다.

계층 상승 이동 경험이 많은 노년 세대(만 60~74세)의 경우 사회적 상향 이동 경험이 있는 노인일수록 현재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68.7%에 이르는 상향 이동 경험 있는 노인들의 만족도는 48%로, 그렇지 않은 노인 29%보다 20%p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이렇듯 노년층의 현재 소득 수준에 영향을 미친 것도 결국 ‘아버지 직업’이란 사회적 배경이었다. 월 평균 가계소득 200만 원 이상 중소득층 비중을 따져봤더니, 아버지가 관리/전문/사무직 등 이른바 화이트칼라인 경우는 70%, 농림어업/단순직 등 블루칼라는 35~45% 정도에 그쳤다.

 

오마이뉴스 김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