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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기회의 두 가지 얼굴

동그라미 재단 201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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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즈 2016-01-05 / [2016년 01월 06일자 지면 22면 게재]    

[발언대] 기회의 두 가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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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회가 공평한 사회에 살고 있는가. 중, 고등학교 시절 사회 교과서에서 배운 공평한 기회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이 무엇인가를 성취하고자 할 때 개인의 노력과 재능이 아닌 외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최근 사람들 사이에 많이 회자되고 있는 ‘수저 계급론’은 부모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가 자식교육의 질과 양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결국 자식의 고용과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현상을 표현한 것으로 우리 사회의 기회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기회를 공평하게 주어야 하는가. 흔히 한국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성공의 프레임, 사회 경제적 지위의 상승이 기회의 유일한 종착점인가. 사회경제적으로 높은 지위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본성으로 그것을 위한 공평한 기회의 제공은 중요하다. 경제학적으로 부모세대의 소득이 자식세대의 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세대간 소득탄력성’이 기회 불평등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로 사용되어 온 것도 경제적 지위 상승이 기회 불평등 논의에서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회의 내용은 개인이 어떤 삶을 지향하고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그렇다면 기회란 단순히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개인이 각자 생각하는 가치 있는 삶을 살아나갈 수 있게 하는 좀 더 포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가치 있는 삶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개념이지만,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그것의 충분조건이 아님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사회경제적 지위 추구에 있어 공평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공정한 사회를 위한 근간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획일적인 성공공식을 넘어 삶의 질, 행복과 같은 주관적이고 가치지향적 요소들을 포괄해야 공평한 기회의 진정한 의미를 살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형태의 삶을 꾸려나가더라도 어떤 꿈을 좇더라도 누구나 경제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저 격차’ 사회, 첫발을 잘못 내딛더라도 다시 도전해 성공할 수 있는 ‘오뚝이’ 사회가 전제돼야 한다.

또 꿈의 크기를 키우고 다채로운 삶의 목표와 자기만의 성공 스토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열려있는 사회 분위기와 교육이 필요하다. 공평한 기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교육현장과 취업현장에서 당연하게 생각되었던 불공정과 차별에 대해 비판적 사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포기하거나, 공정하지 않은 사회에 대해 비판 없이 순응하거나 편승하는 모습이 바로 공정한 사회를 향한 여정의 첫 번째 걸림돌이다. 2016년 새해에는 좀더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를 기대해본다.

김현진 동그라미재단 연구사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