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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당신은 무슨 수저입니까?”

동그라미 재단 201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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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2015-11-11 /

 

“그래서, 당신은 무슨 수저입니까?”

 

 

수저 계급론에 담긴 서늘한 현실을 ‘기회균등지수연구’ 보고서로 풀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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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거주지는 충남의 한 곳. 대표이사로 있는 시멘트공장이 거기에 있었다. 집이 있는 서울로 오는 날은 드물었다. 그래도 그 공장 때문에 풍족하게 지냈다. 그렇게 강남 키즈로 컸다. “생각해보면 부모한테 받은 게 적진 않은 거 같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 자산으로 지내고 있다.” 유원영씨(35·가명)는 요즘 사업을 한다.


서울의 괜찮은 대학을 나왔고 나름 알짜라는 대기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2년 만에 사표를 썼다. 그리고 미국으로 가 적당한 대학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바로 여자친구와 결혼을 했다.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었는데 그랜드볼룸 2층까지 꽉 찰 정도로 하객은 많이 왔지만 축의금은 일절 사양했다. 신혼집은 어머니 명의로 된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시작했다. 

 

결혼 직후 한 대기업의 사내 컨설팅펌에 적을 뒀다. 그곳 역시 2년 만에 관두고 나왔다. 그리곤 자신만의 사무실을 열었다. “사업을 해보겠다”고 하니 아버지는 “하고싶은 걸 찾아봐라”며 시간을 줬다. 투자자모임에도 나가며 뭘 할지 공부하는 중이다. “직장이 아니다 싶을 때 관둘 수 있는 것만 해도 부모님 덕이다. 리셋할 수 있는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안정감을 준다. 물론 언제까지 이럴 순 없지만….” 그런 유씨에게 물었다. 당신은 무슨 수저쯤 되느냐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문을 열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지 않을까. 굳이 따지자면 난 ‘은수저’쯤 되는 것 같다.”

 

“결국엔 지원받으며 인내하는 자가 승리해”


원래 밥을 먹는 데 쓰는 수저는 계급의 표식이기도 했다.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는 표현이 등장한 배경이다. 은수저는 다루기 어렵다. 조금만 신경을 쓰지 않아도 색이 바랜다. 이런 귀찮음마저 즐길 여유가 있어야 비로소 귀족이다. 그래서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는 건 부유한 귀족 출신을 뜻했다. 세례를 받는 아이를 위해 대부는 은수저를 선물했다. 신의 은총을 받은 날, 은수저로 세속의 은총을 줬다. 평민은 나무수저를 쓰던 시대의 얘기다.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수저는 지금 한국에서 더욱 정교하게 등장했다. 은수저 위에는 ‘금수저’가 생겼고 은수저 아래에는 ‘동수저’가 있다. 대다수의 나무수저는 ‘흙수저’가 대신한다. 이렇게 사람들은 수저에 따라 네 가지 계급으로 나뉘어 있다. 세간에 떠도는 수저 계급론 얘기다. 원래 수저론의 시작점은 균등하지 못한 기회, 그리고 부당한 경쟁을 비판하는 세태를 비꼬기 위해서였다. 21세기에 등장한 때아닌 계급론은 우리네 청년의 자조적(自嘲的) 모습이다. 내 노력과 능력이 아니라 부모의 경제적 수준이 자녀의 삶을 결정짓고, 이것을 뒤집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슬픈 담론이다. 

 

불평등한 기회를 노력으로 이겨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과거에도 이런 불공평은 존재했다며 나약함을 탓하는 사람도 있다. 이성권씨(60·가명)는 과거 금융사의 사장까지 지냈다. 그는 “우리 때는 일하는 게 즐겁고 감사했다”며 “요즘 친구들은 의지가 약한 것 같다. 적게 일하고 돈은 많이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30세가 넘었는데도 직업을 갖지 않은 채 사업만 하려는 아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내 덕을 보려 한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부모가 여유가 있으니 시도하다 안되면 바로 포기해버리는 아들의 모습에서 요즘의 젊은이들을 본다. 

 

그런데 노력하는데도 위로 올라가기 위해 탔던 사다리는 이제 끊어져버렸고 올라갈 길이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하는 청년이 많다. 이들은 이씨의 주장이 먹히기엔 사회가 너무 바뀌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이준건씨(28·가명)가 판단하는 한국 사회는 ‘더 이상 계급이 바뀔 수 없는 사회’다. 인턴 생활을 여러 번 했지만 매번 정규직 문턱에서 떨어졌다. 현재도 계속 취업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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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기회 보장? 불공평하다”


“여건이 되는 사람이 결국 기회를 얻는다.” 부모님이 보태주는 소액의 생활비 지원마저 없었다면 그의 인내는 이미 바닥났을 것이다. 인내하지 못하면 기회도 못 잡는 게 요즘이다. 누가 더 오래 취업 시장에서 버티느냐에 달렸다. “주변 지인 중에 부동산 자산이 많은 사람이 있다. 이들을 보면 취업 준비를 하더라도 든든한 안전망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들이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혹시나 도전에 실패했을 때 쉼터가 마련돼 있는 그런 사람들이 금수저 같다.” 

 

 

과거라고 기회가 다 공평하게 제공됐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청춘들은 그걸 더 체감하고 있다. ‘동그라미재단’이 발표한 기회균등지수 보고서는 그걸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권혁용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팀은 지난 4월 동그라미재단에서 행한 ‘한국 사회 기회 불평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회 불균등 인식을 분석했다. 

 

한국 사회의 기회 보장을 묻는 문항에서 전체 응답자 1000명 중 62.6%가 ‘불공평하다’고 답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20대다. 평균보다 약 10%가 높은 72.1%가 불공평하다고 답했다.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매우 높았다. 능력과 노력보다 더한 무언가가 성공을 결정한다는 인식의 기울기는 그 어느 때보다 가파르다. 소득의 최하층을 제외하면 소득 수준별로 대다수 계층에서 한국 사회가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었다. 

 

소득이 높을수록 한국 사회에서 공평한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아진다. “그만큼 위로 올라갈수록 본인의 노력 외적인 힘(학벌, 인맥, 집안 등)이 작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게 권 교수팀의 설명이다. 

 

김장연씨(31·가명)는 그런 걸 경험으로 느낀다. 강남에 땅이 있는 외가 덕에 경제적 어려움 없이 컸다. 집안이 강남 땅부자다. 과거 부의 상징으로 불렸던 빌딩 ‘타워팰리스’에 산다. 자신은 은수저라고 평가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내 주변 금수저들에 비하면 난 초라하다. 그래서 사시도 준비했던 것이고, 지금은 로스쿨을 다닌다. 난 내 자식에게 뭐라도 물려주려면 내가 일해야 된다.” 

 

공슬기씨(29·가명)는 강남 8학군 출신에 서울대를 졸업했고 취직에도 성공했다. 기업에 다녔지만 과감하게 접었다. 그리고 세무사 시험을 준비했다. “어릴 때는 내가 스스로 무언가를 막 해보려고 했는데 나이를 먹으니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부모님이 가신 길을 따라가는 게 나도 편하고.” 공씨의 아버지는 세무법인의 대표다. “만약 아버지가 세무사가 아니었다면 계속 회사를 열심히 다녔을 것이다. 더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 이직을 고민하고 그랬을 것 같다.” 

 

같은 나이, 같은 서울대 출신, 지방 중소도시에서 올라온 김주영씨(29·가명). 하지만 공씨와는 고민의 지점이 다르다. 직장을 과감하게 때려치우고 또 다른 길을 열 고민조차 하기 어렵다. “난 흙수저다. 어머니는 파출부 일을 하셨다. 대학을 다닐 때도 전액장학금이 반드시 필요했다.”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1학년 때부터 일주일에 3개씩 과외를 했다. 1학년이 끝나기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빨리 고시에 붙는 게 살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외무고시에 뛰어들었지만 거듭 낙방했고 결국 대학원을 선택했다. 어느 대학원을 갈까, 선택의 이유는 간단했다. 무조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곳, 그리고 취업이 보장되는 곳. 김주영씨는 대학원을 다니며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해 돈을 번다. 석·박사 학위를 빨리 취득하고 싶다. 교수? 그런 건 꿈도 안 꾼다. 박사 학위를 따야 취업을 하더라도 연봉이 높아진다. “내가 그래도 제일 잘하는 게 공부니까. 공부로 돈을 벌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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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인턴 나가고 싶었던 아들이 생각 접어”

 

같은 나이, 같은 학교, 그러나 다른 두 사람의 고민과 행보. 출발점은 그들이 물고 나온 배경이었고 그것이 20대 이후의 갈림길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낳게 한다. 사회·경제적 배경이 중요하다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많다. 권 교수팀의 연구에서도 60대이상의 연령층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연령층은 “사회·경제적 배경이 중요하다”는 데 깊이 공감했다. 전체 평균(65.7%)보다 모두 높은 수치였다. 

 

 

흥미로운 점은 40대(73.5%)와 50대(73.7%)층에서도 사회·경제적 배경이 개인의 노력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불균등한 기회에 분노한 연령이 20대라면 40~50대는 사회·경제적 배경을 사무치게 몸소 느낀 세대다. 

 

경남 김해의 박광진씨(57·가명)는 지난해부터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게 운전이었다. 중소기업에서 20년을 일했지만 지금 손에 쥔 건 그다지 많지 않다. 오래된 아파트 하나와 중형차 하나가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011년 회사를 퇴직한 후 몸이 안 좋아 3년 정도를 쉬었다. 그사이 집 근처 대형마트 계산대에서 일하는 아내의 월급 100만원 정도가 유일한 수입원이었다. 

 

하나 있는 아들은 공부를 썩 잘했다. “나름 괜찮은 대학을 나왔는데….” 그 괜찮은 아들은 지금 집에 함께 있다. 졸업을 했는데 취업 준비생으로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기숙사를 빠져나오자 당장 생활비와 주거비가 문제였다. 그래서 고향으로 내려왔다. 여기에서 취업 준비도 하고 동시에 공무원시험 준비도 한단다. 

 

“애가 옛날부터 해외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했다. 해외에서 무급으로 경험하는 자리가 있었나 본데 지원도 안 하고 포기했다고 했다. 무급으로는 버틸 수가 없으니까. ‘지원이라도 해보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집어넣었다. 책임 못 질 말이니까.” 

 

지금의 40~50대들은 고용 불안정에 가장 많이 시달리고 있는 세대다. 동시에 자녀 부양에도 시달린다. 수저론이 나오는 ‘웃픈’ 현실 속에서 아등바등하는 캥거루같은 세대를 책임져야 한다. “이들은 한창 일하던 나이에 IMF 구제금융 사태를 겪었고, 그 탓에 실직도 많았고 이직도 많았다. 그리고 지금은 조기은퇴의 위험을 겪고 있는 세대”(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들은 중산층의 몰락이라는 주제에서 자주 등장하는 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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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동그라미 재단, <기회균등지수연구> 보고서 © 시사저널 임준선

“아버지 거래 회사 인사팀장이 하라는 대로”

그런 시간적 흐름 속에서 사회·경제적 배경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점점 이들에게 체화(體化)된다. “내 처지가 이러다 보니 자식에게 도전할 기회조차 뺏는 죄인인 것 같다.” 박씨의 이야기는 비단 그만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부모의 경제력, 부모의 학력 등은 사회·경제적 배경에 넣을 수 있다. 부모의 경제수준과 학력 수준이 개인의 성공에 중요한 지를 묻는 질문에서 40대와 50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던 것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경제 수준이 중요한지 묻는 질문에 40대는 88.6%, 50대는 89.4%가 ‘그렇다’고 답했다. 평균값인 84.3%보다 높았다. 학력 수준이 중요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40대가 72.5%, 50대는 71.2%가 동의했다. 평균값은 62.9%였다. 기회 획득의 불공평함에는 20대가 가장 많이 동의했고, 사회·경제적 배경의 중요도에는 40~50대가 수긍하는 비율이 높았다. 결국 우리 사회가 처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현실을 대부분의 연령대가 공감하고 있는 셈이다.

불평등이 가장 날카롭게 대립하는 지점은 교육이다. 변유정씨(52·가명)는 그런 불평등의 이야기가 싫다. 딸과 아들을 모두 서울 소재 유명 사립대에 입학시킨 자신의 노력을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변하는 수시 전형, 선발 요강과 씨름했다. 연년생 자식의 성공을 위해 5~6년을 오롯이 여기에만 투자했다.

변씨의 큰딸 박보경씨(23·가명)는 지방의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성균관대에 들어갔다. “내 주변 애들은 다들 나처럼 했고 그래서 난 다른 사람도 다들 이러는 줄 알았다.” 개인 과외에 그룹 과외까지 했고 수시를 앞두고는 컨설팅도 받았다. 보경씨의 아버지는 경기도 신도시 여러 곳에서 프랜차이즈 피자집을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의 연소득은 2억원이 좀 넘는다. 2014년 기준 소득 10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962만원이었으니 그는 여기에 해당한다.

교육은 사회 계층 이동의 핵심 제도다. 기회 균등 담론에서 교육이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까닭이다. 동그라미재단 보고서에서 구교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팀은 소득별로 기회 균등의 격차가 어떻게 나는지 연구했다. 특히 현실적인 목표라 볼 수 있는 ‘명문대 진학’으로 한정할 경우 소득별 교육격차는 매우 크게 나타났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이른바 ‘스카이(SKY)’에 들어갈 예상 확률을 계산해보니 상위 10%인 10분위의 경우 1.25%인 반면, 하위 10%인 1분위는 0.26%로 나타났다. 4.8배의 차이다.구교준 교수는 “2014년 기준 소득 10분위와 1분위 간 사교육비 지출 격차가 16.6배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실질적 의미의 교육기회 균등을 논하기는 이제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에 강남 애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증언들은 그동안 꽤 있어왔다. 그리고 앞선 확률은 이미 현실이다. 2015학년도 서울대 신입생은 모두 2064명인데 이 중 서울 고교 출신 신입생이 1306명으로 40%에 달한다. 그 가운데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 소재 고교 출신자들은 432명이다. 전체 신입생의 13%, 10명 중 1명 이상이 강남 3구 출신이란 뜻이다.

부모 소득에 따른 교육 기회의 불평등은 결국 자녀의 소득으로 연결된다. 사회·경제적 배경이 결합되면 취업 교육에서도 한발짝 앞설 수 있다. 졸업 전에 이미 대기업 입사를 확정지은 김지영씨(24·가명)는 “부모님이 부자라고 내가 취업을 하지 않는 건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회사의 오너인 아버지를 둔 덕에 취업 때도 도움을 받았다. 대학을 다닐 때부터 아버지 회사와 오래 거래한 건설 대기업 인사팀장이 직접 취업 컨설팅을 해줬다. 팀장이 하라는 대로 해당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대학생 홍보대사 활동에 지원해 합격했고, 이를 스펙으로 해당 기업에 지원했다. 그리고 채용이 확정됐다. 졸업한 이후에도 짧게는 1년, 길게는 여러 해를 취업에 힘을 쏟아야 하는 다른 취업 준비생들에 비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학사모를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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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은 벨에포크 시대와 닮았다

최필선 교수(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와 민인식 교수(경희대학교 경제학과)가 지난 2월 한국교육고용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한국의 세대 간 사회 계층 이동성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도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부모의 소득이 높으면 자녀들은 더 좋은 교육을 받게 되고, 이는 자녀의 소득 하락을 방지하게 된다. 실제로 논문에 등장하는 소득 1분위 그룹의 자녀 임금은 162만원이지만 소득 5분위에 속한 자녀 임금은 193만원으로 19.1%나 높았다.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지 않고 성장의 사다리도 끊어졌으며 노력에 따라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희박해진 사회. 토마 피케티는 19세기 말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 파리가 번성했던 벨에포크 시대를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인용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많은 재산을 상속받는 금수저를 이길 수 없다며 소설 <고리오 영감>(발자크, 1835년)의 대목들을 빌려 썼다. 가장 불평등했던 세습자본주의의 시대를 생생히 보여주며 우리가 그때 그 시절로 유턴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었다. 겉은 화려했지만 속은 곪았던 벨에포크 시대, 어찌 보면 지금 우리와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김회권·김경민·박준용 기자  khg@sisa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