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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발전 위해 지방 벤처 키우기 투자한 돈 회수 안 해”

동그라미 재단 201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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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2374호 (2015년 9월 14일~20일) /  

 

“비수도권 발전 위해 지방 벤처 키우기 투자한 돈 회수 안 해”

 

동그라미재단(옛 안철수재단) 성광제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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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4일 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역삼역 근처에 있는 동그라미재단에서 성광제 이사장(53·카이스트 경영과학과 교수)을 만났다. 

 

동그라미재단은 비영리 공익재단으로 지방 벤처기업 지원, 청소년에 대한 기업가정신 교육 사업 등을 하고 있다. 특히 서울·수도권 벤처 기업들에 비해 시장 정보와 금융 지원 등이 부족한 지방 벤처들을 지원하는 ‘로컬챌린지 프로젝트’로, ‘지방 벤처 육성에 숨통을 터준 공익자본’이란 평을 받고 있다. 

 

동그라미재단은 2012년 4월 설립(등기완료일 기준)됐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업체인 안철수연구소 창업자 안철수 의원(53·서울 노원병·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재산을 기부해 만든 ‘안철수재단’이 모태다. 당시 안 의원은 재단에 안철수연구소 주식 100만주와 현금 722억원을 출연했다. 동그라미재단은 이 재원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금 등을 바탕으로 지방 벤처 지원과 육성에 나서고 있다. 성 이사장은 “정기예금 이자(율) 변화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매년 25억원 정도의 수익금이 들어온다”며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매년 이 25억원이 지방 벤처 지원 사업 등 동그라미재단의 각종 사업에 투자되고 있다”고 했다. 

 

동그라미재단은 2013년 3월 안철수재단에서 동그라미재단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공익적 벤처 지원 등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성 이사장은 “이미 이때부터 안철수 의원은 물론 다른 외부적 영향으로부터 독립돼 운영되고 있다”며 “재단 이사진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통해 운영과 활동이 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그라미재단의 사업 중 가장 큰 것은 ‘로컬챌리지 프로젝트’라 불리는 지방 벤처기업 지원이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 근거지를 둔 벤처기업에 투자·지원한다.(사업 영역이 지방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곳이라면 서울 지역 벤처라도 지원 대상이다.) 동그라미재단이 로컬챌린지 프로젝트를 통해 지금껏 지원한 지방벤처기업은 2013년과 2014년 각각 7곳과 8곳 등 총 15곳이다. 올해는 지원 대상을 전국 30곳으로 늘려 진행하고 있다. 투자·지원 대상 기업은 매년 서류심사와 심층면접을 거쳐 선발하는데 업종과 성격이 다양하다. 공연기획, 다문화여성 산후조리, 자전거 생산, 심리상담과 교육, 브랜딩 및 홍보, 폐기물 처리와 사료연료, 생산관리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의 벤처 기업들이 지원을 받고 있다. 

 

동그라미재단은 이들 기업에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연간 4000여만원의 자금뿐 아니라, 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기업 및 경영 전문가들의 1:1 멘토링과 기업·시장 컨설팅도 지원하고 있다. 현재 경영컨설팅기업 에피투스 김동현 대표, 안진딜로이트회계법인 이종익 상무 등 현직 전문가들이 경영 진단과 컨설팅 멘토로 참여하고 있다. 성 이사장은 “현직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들 경영·시장 전문가들이 자신이 담당한 기업을 직접 찾아가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기업과 시장 상황을 파악한다”며 “이렇게 직접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경영 진단과 기업운영에 대한 컨설팅을 구체적으로 해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직접 지원 이외에도 ‘엔젤 투자’와 ‘크라우드 펀딩’ 교육, 제품과 서비스 마케팅과 판로 개척에 대한 지원도 하고 있다. 이같은 지원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은 좋다. 기자와 만난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들의 산후조리서비스 기업 ‘㈜다누리맘’의 한만형 부대표는 “작은 기업이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사업 중 벌어지는 돌발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리스크 관리 노하우”라며 “이 부분에서 사업 실무 경험이 풍부한 경영 전문가들의 컨설팅과 지원이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폐자전거 재생산 기업 ‘(유)착한자전거’의 박석순 대표는 “재무·회계 등 기업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기업 관리 영역은 엔지니어들이 모인 기술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라며 “자금 지원과 함께 이 부분에 대한 멘토링과 컨설팅이 작은 기업에는 현실적인 도움”이라고 했다. 문화예술기업 ‘꿈꾸는 씨어터’의 김강수 대표는 “창의성을 갖추고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 기업과 기업인이라면, 기업 성장에 상당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성 이사장은 지방 벤처기업 지원 이유에 대해 “비수도권 지역 발전과 그곳 지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그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과, 건강한 지방 기업들이 튼튼히 뿌리내리고 많아져야 한다”며 “이것이 지방 혁신과 지역 격차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방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동그라미재단의 투자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지방 벤처기업의 기준 역시 분명하다. 성 이사장은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야 하고 △지방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면서 △다른 지역(의 다른 기업)에서도 카피가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다른 지역의 다른 기업도 복제가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지방 벤처를 지원한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성 이사장은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을 여러 지방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라며 “동그라미재단의 투자와 지원을 통해 성공한 지방 벤처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모두 오픈할 계획”이라고 했다. 성 이사장은 “자신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이 돼 준 지역(방)에, 성장한 만큼 많은 역할과 혜택을 돌려줄 수 있는 그런 기업에 투자·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그라미재단과 기존 벤처캐피털 사이의 가장 큰 차별성은 바로 투자·지원금 회수 부분이다. 성 이사장은 “지방 벤처기업의 안정적 운영과 성장을 위해 지원해 준 투자금을 동그라미재단은 회수하지 않는다”며 “지방 벤처들이 지역주민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고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게끔 투자·지원을 해주자는 차원의 ‘룰’”이라고 했다. 

 

동그라미재단을 이끌고 있는 성광제 이사장은 카이스트 스타교수이자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가였고, 또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까지 촉망받던 과학자였다. 30대 중반이던 성 이사장은 1993년부터 1998년까지 미국 나사(NASA·항공우주국)의 존슨우주센터에 몸담았었다. 그랬던 그가 닷컴(.com) 열풍이 불던 199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전자상거래 벤처를 창업하며 과학자에서 경영자로 변신했다. 이후 2007년 한국으로 건너와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가 되었다. 

 

성 이사장은 “돈과 성공만을 목적으로 벤처를 시작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벤처를 하는, 또 이제 시작하는 청년들 중에는 기업의 안정적 성장보다 오로지 엑시트(매각 등을 통한 수익 확보)가 목적이고 여기에 민감한 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어떤 가치를 만들고, 안정적으로 사회에 이바지하는 수준까지 오르면 엑시트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됩니다. 미국의 벤처 생태계가 강한 이유가 바로 이 같은 구조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오로지 엑시트만을 목적으로 벤처를 운영한다면 그 사업은 돈에 대한 창업자와 구성원들의 조바심 때문에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벤처를 운영하고 있거나, 구상하고 있다면 이 점을 깊이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