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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소식] [‘ㄱ’찾기 프로젝트 공모사업] “진로에 대한 새로운 상상”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 전효관 센터장

동그라미 재단 201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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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0일 토요일 열린 ‘ㄱ’찾기 더 비기닝 행사에는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의 전효관 센터장께서도 참석해주셨습니다. 하자센터에서부터 오랜시간동안 청소년들과 함께 진로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들을 해오신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진로에 대한 새로운 상상’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진행 해 주셨는데요, 비단 행사장에 계셨던 분들 외에도, 더 많은 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메시지를 전해주셨기에 강연을 영상과 글로 기록해보았습니다.
 
 
이 어려운 시대에 청소년의 진로를 생각한다는 것
 
1999년 하자센터 설립부터 참여했고, 이후 문화부 문화예술교육단장, 전남대 교수직을 거쳐 다시 하자센터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 센터장을 맡고 있는데, 돌이켜보면 청소년, 교육, 진로 분야를 중심으로 일을 해오고 있어요. 오늘 심각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개인적으로 청소년과 청년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사회적으로 앞이 안 보이고, 답을 찾기가 힘들어진다는 생각에 참 미안한 심정이에요. 이렇게 시대와 사회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삶이나, 진로를 생각한다는 것이 뭘까를 이야기 해 보려고 합니다.
 
전통적인 진로교육으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첫 번째 이야기는 우리가 사실은 지금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ㄱ’찾기 프로젝트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이 자리에 계신 분들도 마찬가지인데요, 모여서 자주 이야기 하고, 성과뿐 아니라, 왜 안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눠야 하는데요, 왜냐하면 ‘답이 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답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청소년이나 청년들의 진로문제는 세계적으로 날이 갈수록 어려워질까 이해가 안가는 거에요. 그럼 답을 아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건가라는 생각도 해 보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최근에 교육청부터 해서 전 사회적으로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조선시대 때 효자 이야기를 많이 했던 건 사실 효자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효자가 많았으면, 기념비도 필요 없고, 이야기도 하지 않았겠지요. 그런 것처럼 상황 자체가 가지고 있는 어려움에 놓여 있는 건 사실입니다.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진로 문제의 답, 해법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그 답을 찾기 위해 함께 생각하고, 나누는 과정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윤곽이 만들어지겠다는 생각이에요.
 
여러분들은 진로 문제를 가지고 청소년들을 만나는 일을 하실 텐데 사실은 참 어렵다는 이야기 입니다. 한 가지 예로, 한 중학생을 자유롭게 뛰놀게 하고, 고전을 비롯한 다양한 인문학도 접하게 하며 다양한 기회를 주는 방법과, 이 친구에게 진로 프로그램만을 계속 제공하는 방법 중 과연 어떤 방법이 이 청소년이 진로를 잘 찾는데 도움이 될까요?
 
청소년들의 진로 문제를 보면서 자존, 자활, 자립의 순서로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존, 즉 내면의 힘을 형성시켜 놓지 않으면 어떤 교육으로도 진로를 찾기 어렵게 됩니다. 나 자신, 내 역할, 타자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은 전통적 진로의 접근 보다 훨씬 더 큰 광의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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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휴식, 건강한 음식 – 스위스의 청소년 교육
 
제가 한 10년 전쯤에 하자센터에서 스위스 기자와 인터뷰를 했는데, 그 기자는 청소년들이 부산스럽게 너무 많은 활동을 하는 한국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어요. 자기들끼리 인터넷을 통해 무언가 열중하고 있고, 새벽에 동대문 시장을 돌아다니는 걸 보면 이해가 안 된다는 거에요. 제가 이 말을 이해를 잘 못해서 물어봤더니, 스위스에서는 청소년 교육이나 정책이라고 하는 것이 명시적이진 않지만 충분한 휴식, 건강한 음식 두 가지 정도라고 해요. 청소년들의 충분한 휴식과 건강한 음식이 국가나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기본적인 책임과 방향이고 그 외에는 고전을 읽게 하거나, 사유의 힘을 키우게 도와주는 정도 입니다.
 
‘취업’이 아닌 ‘좋은 삶’에 다다르는 진로
 
삶이라는 것은 양지가 있으면, 그늘 같은 것도 있잖아요. 활기가 있으며 우울도 있어요. 문명에는. 저는 이렇게 양자를 모두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혁신에서도 중요하다고 봐요. 혁신이라는 것이 뭔가 대단한 것이라기 보단, 지금의 삶이라는 건 왜 이렇게 우울할까? 사람들의 삶은 왜 이렇게 그늘져 있을까? 왜 이렇게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이걸 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혁신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실은 어떤 문제를 볼 때 양면을 보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사실은 우리가 진로라는 것을 이야기 할 때 진로강박증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진로강박증이 전 사회적인 현상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대학교의 구조조정을 보면 취업률 낮은 학과를 없애겠다는 것이 요지인 것 같은데, 이건 학문의 존재 이유를 취업으로 규정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동기와 동력은 취업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인문학적 깊이와 사색과 예술적 힘 같은 것들을 모두 추방하는 굉장히 폭력적인 모습이지요. 취업률이 낮기 때문에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사회가 과연 사람을 성장시킬 수 있을까요? 그래서 우리가 진로라는 문제를 생각할 때 좋은 삶, 보람 있는 삶이라는 것들을 전제로 놓고 그런 ‘좋은 삶에 이르는 진로는 무엇인가’라는 이야기를 사회적으로 더 많이 할 필요가 있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제가 볼 때 이건 사회적인 위기에요.
 
언뜻 보기에도, 우리가 선망하는 직장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내적으로 전혀 행복하지 않아요. 대기업 임원 같은 사회적 높은 위치에 있는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 짜증이 난다고 합니다. 회사에 있으면 언제 나가야 할지 모르니 짜증나고, 집에 가서 한 달에 가계지출을 보면 짜증나고, 자식들은 언제 독립하나 짜증나고, 밖에 나와서 밥 먹을 때도 이런 거 차리려면 얼마 들지 생각하면 짜증나고, 다 짜증이 나는 거예요. 얼마나 우울한 상황이에요. 승리를 했건, 살아남았건 ‘하나도 행복하지 않은 삶’이라는 구조 문제를 이야기 하지 않잖아요. 좋은 삶을 전제하지 않은 진로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좋은 삶, 좋은 사회적 가치를 찾아가는 진로란 도대체 무엇일까, 어떻게 형성해 나갈 수 있을까 같은 질문들이 필요하고, 답이 없으니까 찾아봐야지 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마음이 편해요.
 
진로에 대한 인문학
 
사람이 일은 한다는 것이 뭐냐, 그러니까 역사적으로 막스의 자본론 같은 내용을 보면, 꿀벌은 정교한 집을 짓지만, 인간의 노동이 더 위대하다고 하는데 인간은 먼저 구상을 하고 짓기 때문이라고 해요. 요즘 말로 구상의 능력이나 기획의 능력 같은 것들을 인간 노동의 가장 위대한 영역이라고 하죠. 이런 이야기가 이어져 결국, 활동과 일, 활동과 직업의 차이는 별로 없는 것이 아니냐, 사실 일과 직업이 뭔지 물었을 때 특정한 보수 체계가 사회적으로 주어지면 그것이 직업이 되는 것이지, 내용의 차이는 별로 없다는 거예요. 그때 중요한 것은 자활적 활동인가, 아니면 강제된 활동인가가 인간에게 중요하죠.
 
자활적인 일을 찾아가는 노력들은 사회적으로 계속 이야기 되어 왔어요. 사회구조는 자활적인 일을 하기가 어려워졌지요. 창업의 증가는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봐요. 회사를 창업해야겠다는 의미보단, 내가 스스로 원하는 일을 만들어야 되는데, 어려운 일이죠. 이럴 때 일은 뭔가, 진로라는 것은 뭔지, 노동이라는 것은 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고, 이 과정에 진로에 대한 인문학이 필요해요.
 
제가 보면 노동이라는 것은 대부분 타인에 의해 강제된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다들 직업 현장을 모두 떠나고 싶어 하고, 이 사회적인 현상으로 여행 열풍이 생겼어요. 왜 여행을 가고 싶어 할까? 여행 열풍은 노동의 영역, 삶의 영역이 다 지겨워진다는 거예요. 결국은 이런 삶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일의 가치, 협업이라는 가치,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그럼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같은 윤리적 차원의 질문까지도 던져봐야 합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중학생 시기 까지는 진로에 대한 인문학 이야기를 많이 하면 좋다고 생각해요.
 
하자센터의 공식 명칭이 청소년직업체험센터라고 되어 있는데, 제가 직업 체험하는 것을 보면, 10년 후에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직업을 체험한다는 걸 보면 허탈할 때도 있어요. 사실은 그 직종이 미래에도 있는지, 없는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이므로, 그런 점에서 태도의 문제라든지, 내가 나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의 문제가 진로에 대한 인문학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좋은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뛰어들기
 
저는 진로에 대한 프로그램은 대상과 상황에 따라 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고정된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불안 마케팅이고, 불안 프로그램이에요. 사람들이 불안해하니까 이런 거 하면 된다고 하면서 세트를 만들고, 매뉴얼을 만들어서 막 팔고 다니는 거죠. 그래서 불안이 심한 나라들, 성공욕구가 큰 나라들에 수출을 해요. 인도, 중국, 한국 같은 나라들이 주요 수입국인데, 왜냐면 자생력이 없어서 그래요. 자생력이 없다는 것은,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에 질문을 던져본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안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돈을 주게 사게 하고, 돈을 버는 거지요.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정서적 불안까지 포함한 치유산업이 커질 거다 라고 하고, 불안 마케팅이나 불안 산업 같은 것들이 사회적으로 커지고 있는 거죠. 이때 우리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좋은 질문들을 던져내야 하고, 이게 진로 문제를 풀어가는 아주 중요한 첫 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들이 그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환경을 동그라미재단에서 주었으면, 여러분은 그 질문에 뛰어드는 사람들이죠. 청소년들의 삶이 보이는 거기에 뛰어들면서 문제풀이는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창의성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창의성이나 창의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분석이나 정보가 아니에요. 전 세계적으로 보면 창의성을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은 별로 없어요. 그런데 대치동에는 있다고 하더라고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있데요. 왜냐면 창의성이라는 것은, 창의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창의성이 없는 사람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자유로운 관계와 환경이 있으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창의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거에요. 결국 환경의 문제에요. 창의적인 환경이 있냐 없냐죠. 그 얘기는 MIT 미디어랩의 네그로폰테 교수가 한국에 와서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예전에 상암동에 디지털미디어시티가 미디어랩 상표를 사오려고 했는데 매년 50억을 요구했다고 해요. 그럼 MIT 미디어랩은 무엇을 주나 물었더니 한 단어로 ‘무드(분위기)’라고 대답했대요.
 
이 이야기는 창의성에 대해 굉장히 핵심을 찌른다고 봐요. 어떤 창의적인 환경, 창의적인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고민을 나누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으면 창의적인 프로그램도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환경이 없으면 창의성은 안 나오죠. 창의성이라는 것은 문제를 풀기 위해 문제에 뛰어드는 것에서 시작돼요. 그래서 보통 분석적이거나 정보를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창의적이기 어려운 거예요. 성공과 실패의 데이터가 너무 많으면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워요. 분석적인 건 대상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보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보통 창의적 시도를 성공시킨 사람들은 분석력이 좋다거나 정보가 많다기보다는 그 문제에 직접 뛰어든 사람들이에요.
 
한국사회를 놀라게 할 질문과 답
 
이 시작 자체가 언젠가 한국사회를 놀라게 할 만한 질문과 답의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어요. 사실 우울한 이야기부터 시작을 했지만, 여러분들의 시작으로 많이 만나고, 공유하면서 좋은 질문과 사례를 많이 만들어 한국 사회를 놀래게 해주면 좋겠어요.
 
지금 이 상태로 가면 일본의 일부 젊은 세대를 일컫는 득도세대로 이어질 것 같아요. 일본의 불황이 계속되다 보니까 해봐야 안 된다는 생각에 잠기고,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아서 득도한 것처럼 보이는 득도세대들이 생기고 있어요. 이와 마찬가지로 되는 일의 경험이나 축적이 없으면 우리의 사회 분위기가 그렇게 흐를 거예요.
 
사실은 청소년 진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진로의 문제는 삶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 사회라는 것의 근본적 질문이기도 해요. 한국 사회는 새로운 주체의 탄생과 방향과 그 방향을 구체화 할 수 있는 질서를 만들지 못하고서는 한국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쁜 사회로 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쁜 사회로 가는 것들이 아니다, 바꿀 수 있다, 해보면 된다는 시도를 위해 돈이 있는 곳은 돈을 지원하고, 시도하고자 하는 열의가 있는 분들은 시도를 하고, 그 과정에 몰입하고 몰두해서, 그 출발에 있는 여러분들이 좋은 사례들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